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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artment of Hispanic Language and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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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민령] 2018 SNU in Madrid 후기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18-10-17 조회수 1,979
2018 SNU in Madrid (7/8~7/28)
경제학부 / 백민령

2018년 여름을 기점으로, 나에게 ‘여름’이라함은 더 이상 흘러가는 시간에 붙인 의미 없는 이름이 아니게 되었다. 여름이라는 단어에는 밤에 기숙사에서 와인을 마시며 보던 별들이 있으며, 매일 CCEE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올 때 정수리가 뜨겁도록 내리쬐던 햇볕과 세고비야 여행에서 먹었던 꼬치니요의 냄새가 있다. 전혀 모르던 사이에서 3주만에 인생의 큰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생겼으며 그들과의 이야기가 소복소복 쌓여있는 마드리드는 그래서 참 특별하다.

외국어고등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했고 서어서문과도 아니며 스페인어 사용 국가는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는 얼핏 스페인과 관련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조화인지, 새내기 때 선배에게서 스누인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듣고는 스누 인 마드리드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초급 스페인어 1,2 수업을 수강하며 때를 기다렸다. 스누마 면접 때는 면접 자체가 오랜만인 탓도 있겠지만 내가 과연 갈 수 있을까란 생각에 대학 입시 면접보다 더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접한 일정표는 기대와 달라 당황하기도 했었다. 종강 직후에 이루어진 국내수업이 이렇게 많은 노력을 요할지 몰랐으며, 현지수업 스케줄이 그렇게 빡빡할지도 전혀 몰랐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언어교육원(CCEE)에서 매일매일, 무려 4시간씩이나 스페인어 수업을 들었다. 초급2까지밖에 수강하지 않았는데 레벨테스트에서 찍은 것이 다 맞았는지 최상위 반에 배정이 되어서 3주동안 정말 고생하긴 했다. 첫날에는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에 온 신경을 다 쏟아야지만 겨우 이해가 되었고 독해 텍스트에는 모르는 단어들뿐이라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사실 반을 내릴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작문 선생님께서 첫날 Cortázar의 단편을 읽어주신 그 순간, 이미 나는 스페인어의 매력에 붙들린 셈이나 다름없었다. 정열의 나라라는 인식 때문인지 강한 된소리의 발음 때문인지 스페인어는 굉장히 강하고 정신없이 빠른 언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단편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너무 강하지도 부드럽지도 않게 내 마음을 두드렸다. 그렇게 스페인어는 내게로 왔다. 그 매력에 홀려 내 수준에 맞지 않는 높은 반을 쫓아가느라 힘들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값진 경험이었으며 이번 기회에서만 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국에 와서도 그 경험을 이어가려 아직 이해도 제대로 못하지만 스페인어 소설과 희곡을 여러 권 사왔다. 또한 스페인어에 더욱 욕심이 나서 11월에 치러질 델레에도 지원하게 되었다.

언어 수업이 스누마 프로그램의 하나의 큰 축이었다면 다른 하나의 축은 오후에 치러진 강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강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소위 ‘멘붕’에 빠졌다. 스페인 문화, 정치, 경제와 같이 복잡한 주제에 대해, 내가 스페인어로 강연을 듣고 이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줄로만 알았는데, 언어수업을 포함하여 하루에 몇 시간씩 꾸준히 생생한 스페인어를 들으니 정말 들리기 시작했다.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가 된 것처럼 신기했다. 또한 가장 큰 수확은 언어를 언어로서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마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배웠으면 델레 대비 듣기 파일을 반복해서 듣는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누마에서 스페인어로 그 나라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배움으로써 그런 시험 대비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다양한 걸 느꼈다. 단어의 종결어미가 o인지 a인지를 통해 성평등 이슈에 대해 논하며 언어와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은 쌍방으로 교류한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스페인 영화에 관련된 강의를 들으며 내가 배운 언어로 다른 문화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팀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시각으로 스페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 조는 ‘여행자의 관점에서 본 마드리드 지하철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탐구했었는데, 연구를 시작한 뒤로 놀러가려고 지하철을 탈 때에도 마드리드 지하철의 잘된 점과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자꾸 눈에 들어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또한 이 연구 결과를 번역하여 마드리드 지하철 공사에 보냈는데, 스누마에서 팀 프로젝트를 한 시간들이 이렇게 특별한 방식으로 결과를 맺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공식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짬을 내어 스누마 사람들과 바쁘게 놀러다닌 시간들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구어가 많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Mini teatro에 가서 스페인어 연극을 보기도 하고, 마요르 광장에 앉아 오징어 튀김과 클라라를 먹고 마시며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었다. 돈 걱정은 잠시 잊어두고 맛집 탐방을 즐기기도 했는데, 이때 먹었던 바스크 요리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한밤중의 ‘코코’ 상영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팀 프로젝트 제출 직전이었지만 밤을 새울 각오로 보러 갔었는데, 맥주 한 캔과 함께 즐기는 스페인어 영화와, 미지근한 밤 공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글을 쓰며 다시 스누 인 마드리드 프로그램 동안의 기억이 몽글몽글 생각나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직 긴 시간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 내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에도 기억에 남을 만큼 뜨겁고 따뜻했던 여름이었음이 틀림없다. 글 말미에 적는 영혼 없는 인사말이 아니라, 이러한 프로그램을 지원해주신 서울대학교와 직접 기획하고 우리를 이끌어주신 교수님과 조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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