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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과의 대화

안성희

외교 : 안성희 (01학번)

  •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 베네수엘라 무역관장
  • 전문분야 : 중남미 무역투자

50년대의 낭만이 숨쉬고 있는 아바나, 지구의 거울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의 숨겨진 보물 마추피추, 밤에는 별이 쏟아지고 낮에는 모래의 열기가 공기를 가득 채우는 아따까마 사막, 탱고의 열정이 살아 숨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유럽과 신대륙의 만남,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우주적 인종(Cosmic race)이 살고 있는 멕시코.

이들이 당신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면,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그렇다면 당신에게 스페인어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스페인이 대항해 시대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만들었던 것처럼 당신도 더 큰 세상을 알고 싶다면 스페인어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01 학번 안성희입니다. 저는 현재 미국 속의 중남미, 미주개발은행(IDB)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 소속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KOTRA가 전 직원이 해외 3~4년, 국내 2년 반을 번갈아 근무하는 순환근무를 실시한다는 것은 이제 많이들 아실텐데요. 해외 포스트 중 하나로 IDB가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듯 합니다. 저는 15년 8월부터 IDB 워싱턴 DC 본부의 무역통합국(Integration & Trade Sector)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KOTRA에서의 첫 해외근무지는 멕시코시티(09.2~12.8)였고 그 뒤 한국에 돌아와서는 신흥시장팀에서 중남미 지역 조사를 담당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계속해서 제 전공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있었고, 그 점들이 이어져 지금의 IDB까지 연결되었습니다.

미주개발은행(IDB)은 중남미 회원국가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Improving lives) 빈곤퇴지, 사회적 불평등 개선, 민간 분야 육성, 지역 통합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 협력과 차관을 제공하는 지역개발은행입니다. 한국도 2005년부터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고 2015년 3월에는 IDB 연차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면서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조금 더 올라 간 것 같습니다. IDB는 World Bank, IMF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아시아 개발은행(ADB),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 등 지역개발은행 중에서는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고 중남미 지역에서는 꽤나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KOTRA 해외 근무를 통해 중남미와 한국의 관계를 위주로 일 했다면 IDB에서는 중남미 전반에 대해 알아가면서 보다 더 큰 그림을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 것 같구요.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일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IDB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다른 사람에게 저를 소개하며 보니 저에 대한 키워드는 한국 여자, 중남미 전문가(wannabe), 공공분야(public sector)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서어서문’이었습니다. 저는 대전외고에서 처음 스페인어를 배웠고, 그 덕에 서문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어 연극, Alcala 연수, 과달라하라 교환학생(2003년 2학기)을 통해 스페인어에 더 익숙해지게 되었죠. 졸업을 앞두고는 언어를 보다 더 실용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에 KOTRA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학부 시절, 문학 수업은 언어 수업보다 어려워 가급적이면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들어야 했던 언어, 문학, 사회 등의 수업들은 제가 자라온 환경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다르다’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게 해 주었고, 현지의 사람들과 그들이 구성하는 사회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하고, 더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중남미에서 지내다보니 ‘마술적 사실주의’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 날 때도 있더군요.) 일하면서 혹은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저의 배경에 대해 신기해 하면서 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저를 받아줬던 것 같습니다. 만약 언어만 배웠더라면 그 사람들과 기계적으로 말은 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어나가는 법은 배우지 못했겠지요. 사람들은 인문학의 쓸모에 대해 논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야말로 인문학이 빛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나를 키운 8할은 바람이었다고 고백했다면 저는 저를 키운 8할은 중남미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면서 참으로 많은 선후배님들을 만났습니다. 회사에서도, 멕시코에서 첫 해외 근무를 하면서도, 여행을 가서도, 중남미 관련 일을 하면서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도. 학교에서는 뵙지도 못했던 분들이지만 서문과라는 이유 하나로 애정을 가지고 마음 깊이에서 나오는 조언을 해 주시고, 가족처럼 대해주셨던 그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후배들이 이 길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