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연수후기>

이 름: 박사라
학 번: 2007
연수국가 및 연수대학: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 대학
연수기간: 1년

(1) 연수대학의 특징 및 수업등록절차

바르셀로나 자치 대학(UAB)의 특징은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지 않고 근교인 Bellaterra에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소상으로 보면 행정구역도 Barcelona가 아닌, Cerdanyola del Valles에 속해 있어서 거주증을 발급받을 때도 Cerdanyola del Valles의 행정기관들에 가서 서류를 받아야 한다. 우리로 치면 바르셀로나 시내에 해당하는 Pl. Catalunya에 가려면 통근기차에 해당하는 FGC를 타고 4-50분을 가야 한다(Bellaterra 역 또는 UAB 역 기준). 그러므로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은 학생은 UAB가 아닌, UB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수업 등록은 Gestio Academia 라고 되어 있는 단과대학 사무실에서 한다. 통번역 대학 같은 경우에는 대학 건물 1층에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보인다. 주의할 점은 무작정 가면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미리 인터넷에서 개인 상담 시간을 예약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그냥 갔다면, 사무실 앞에 비치된 컴퓨터가 몇 대 있으니 거기서 바로 예약을 하면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시간 예약을 하고 다시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특히 수업 등록기간이나 2학기 변경기간 같은 때에는 예약이 항시 꽉 차있으니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을 해서 상담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애초에 미리미리 집에서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2) 기숙사 혹은 주거관련 정보(기숙사 시설 혹은 홈스테이 분위기)

기숙사는 2인실, 4인실, 5인실 로 나뉜다. 2인실에는 두 사람이 같이 쓰는 방 하나와 거실 겸 주방 하나, 화장실 하나가 있고 4인실에는 두 사람이 같이 쓰는 방이 두 개인 것 외에는 동일하다. 5인실에는 두 사람이 같이 TM는 방 두 개와 한 사람이 쓰는 방 하나가 있고 거실 겸 주방이 하나 있으며 화장실은 두 개다. 가격은 5인실에서 두 사람이 쓰는 방이 가장 저렴하고 그 다음이 4인실, 5인실 독방, 2인실 순이다. 분위기는 룸메이트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렸기 때문에 너무 기대는 많이 하지 말고 운에 맡기는 것이 좋다. 대체로 청소를 잘하고 지나치게 시끄럽게 하지 않는 룸메이트라면 성공이다. 서양은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자기 맡은 일은 알아서 잘 하고 대신 서로에게 간섭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보통 각 방의 냉장고에 보면 한 주마다 돌아가며 청소 파트를 바꿔서 적을 용도로 붙여놓은 보드가 있다. 그리고 먹을 것은 각자의 칸에 수납하고 따로 먹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매주 청소 파트를 바꾸어 써도 그 당사자가 청소를 하지 않으면 헛일이다. 개인 물건의 사용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그 예민함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 방마다 다른 규칙이 성립한다. 그러나 대체로 음식에 대해서는 냉장고 칸을 포함하여 각종 수납공간의 칸을 각자에게 할당하고 남의 것은 먹지 않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않고 남의 것을 먹는 것은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해서는 안 될 행위이니 스페인에서도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대체로 남의 것을 먹을 생각 자체를 안 하는 분위기라서 딱히 이거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지도 않으니 그냥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알아서 자신이 사서 먹는 것이 좋다. 간혹 자신이 사서 혼자 다 먹기에는 너무 용량이 크니 돈이 아까워서 룸메이트의 음식을 욕심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미리 물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양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이런 기본적인 예의는 물론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도리어 남의 것을 훔쳐먹은 사람이 ‘먹을 것 가지고 쪼잔하게 군다’며 적반하장 식으로 나오는 분위기도 상당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그런 식의 태도가 용납되지 않으니 조심하자.
음식 말고도 문제가 일어나기 쉬운 대표적인 소비재가 바로 휴지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규정을 세우지 않으면 휴지나 주방세제(방에 세탁기가 없고 세탁실에 가야 하기 때문에 세탁용 세제로는 싸울 일이 없다) 등을 누가 사놓느냐로 미묘한 문제가 생긴다. 이럴 경우 보통은 청소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소비재들도 항상 사놓던 사람만 사놓는 불공평한 상황이 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에는 영수증을 냉장고 등에 붙여놓고 직설적으로 n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 외에도 만약 자신의 룸메이트가 자신의 물건을 함부로 사용한다면 참지 말고 바로 얘기해야 한다. 동양인을 얕잡아 보기 쉽기 때문에 자신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부터 보여주는 것이 좋다.
(3) 수강수업 소개 및 강의평가

“통번역을 위한 스페인어”
수업은 1학기(우리나라 학제에서는 2학기+겨울 계절학기에 해당하는 기간) 개강 때 일괄적으로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쳐서 그 결과를 가지고 반을 배정한다. 상, 중, 하 세 반으로 나뉘는데 각 반마다 교수가 다르기 때문에 분위기도 다르다. 그러나 이 수업 같은 경우에는 반을 학생이 고를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다. 통번역의 기술 수업은 사실상 컴퓨터 수업이다. MS워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인데 만약 수업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으면 수업 홈페이지를 가는 것보다 유튜브에서 MS워드 튜토리얼을 찾아보는 편이 훨씬 낫다. 통번역을 위한 영어 수업도 통번역을 위한 스페인어처럼 상중하로 나뉘지만 이 수업은 레벨테스트를 치지 않고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신청하면 되기 때문에 각자가 자신의 실력을 평가해서 알아서 신청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보통 유럽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보다 영어를 더 잘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자신의 실력보다 윗수준인 수업을 신청하면 수업을 못 따라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연수국가 여행경험 및 감상

바르셀로나 거주 기간 동안 스페인을 두루 여행하였다. 지난 스페인어 입문3 캠프 때 살라망카에서 한달 가량 지내면서 근교(아빌라, 톨레도, 세고비야, 마드리드)를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가 보았다. 마드리드는 콘서트와 페스티발 등을 가기 위해서 세 번 더 갔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그라나다, 코르도바를 먼저 가고 나중에 모로코를 다녀오는 길에 세비야를 들렀다. 말라가는 휴양 개념으로 오래 머물렀다. 이후 산티아고와 아 꼬루냐, 빌바오에
도 갔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돌아오기 며칠 전에 발렌시아에 갔다가 바르셀로나로 돌아왔다.
각 도시마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어서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여행 차원이 아니라 거주를 위해서는 세비야와 빌바오 그 중에서도 빌바오가 참 좋아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빌바오로 교환학생을 갈 걸 하는 후회는 전혀 들지 않았다. 한 학기도 아니고 일 년
이나 있는데 빌바오로 교환학생을 갔다면 금방 지루해지고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스페인 어디를 가도 바르셀로나만큼 국제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의 도시는 없었다. 마드리드는 분명 큰 도시지만, 역시 교환학생을 오기에는 바르셀로나가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5) 기타 교환학생경험에 대한 소감

교환학생을 간 국가뿐만 아니라 그 주변국가로도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마 이 점은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선택한 학생들 대부분이 미리 생각하고 가는 이점일 것이다. 유럽 친구들이 초대하면 일단 가고 봤다. 라이언에어에 수시로 저렴한 표가 떴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 대신 시간대가 새벽 다섯시 쯤에 출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공항에서 노숙을 자주 해야 하긴 했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 중에서도 부활절
기간에 이주동안 이탈리아 copparo에 머무르면서 북부 이탈리아를 돌아본 시간이 가장 좋았다. 라이언에어 외에도 wizzair라고 동유럽의 라이언에어 라고 홍보하는 저가항공 회사가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었다. 슬로베니아 여행 같은 경우에는 직항이 없어 베네치아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거기 공항에서 친구와 친구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가 차로 두 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했다. 별 기대 없이 그냥 친구가 초대해서 간 국가였지만 의외로 정말 괜찮았다. 수도인 류블랴나에서 마지막 인터레일 패스를 사용해서 두 시간 정도 걸려서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로 이동하고 이후 듀브로닉으로 갔는데 거주증 기한 문제 때문에 이 여행이 마지막 스페인 국외 여행이었다.
앞으로 만약 박사과정을 하러 외국에 다시 나가게 되더라도 학부생일 때 나간 것과는 느낌이 분명히 많이 다를 것이다. 교환학생을 신청해서, 그 중에서도 바르셀로나를 선택해서, 그리고 한 학기가 아닌 1년을 선택해서 정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