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주기구 및 인턴십 소개

미주기구는 북미, 중미,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35개 국가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아메리카 대륙 최대의 지역기구이다. 미주 대륙의 민주주의와 인권, 안보, 발전을 모토로 하여 1948년에 설립되었고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은 1981년에 상임 옵저버 국가로 가입했으며 그 이후로 선거 감시 지원, 청소년 문화 교육 지원 등 미주기구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미주기구는 그 규모와 역사만큼 인턴십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일 년에 세 번, 1월과 6월, 9월에 인턴을 모집하며 그 기간은 대략 2개월에서 3개월이다. 미주기구 회원국 각국 및 유럽을 비롯한 다른 여러 국가에서 온 약 80명의 인턴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미주기구 인턴십의 특색이다.

2. 인턴 시작 전 준비

2-1. 인턴 선발 과정
외교부에서 1차 서류, 2차 필기시험 및 면접을 통해 선발된 지원자들은 최종적으로 미주 기구에 개별적으로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고(www.oas.org/internships), 그 후에 미주기구에서 올 최종 합격 통보를 기다려야 한다.

내가 지원한 해에 인턴 선발을 담당하셨던 이창원 서기관님 말씀으로는 최종적으로 인턴 선발 권한을 가진 것은 미주기구이며, 외교부 선발 과정에서 합격을 했더라도 미주기구 인턴으로 반드시 선발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외교부 합격 통보와 미주기구의 최종 통보 간에는 약 1~2개월의 격차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화 등을 통한 인터뷰가 있을 수도 있다. 최종 통보를 받기 전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항공권 등 환불받기 어려운 지출은 하지 않도록 한다.

2-2. 인턴십 준비
미주기구에서 이메일을 통해 Letter of Acceptance를 보내게 되면 미주기구 인턴으로 최종 선발된 것이다. 최종 선발 고지와 인턴 근무 시작일 간의 간격이 대략 1개월 반에서 2개월로 길지 않으므로 이 이후부터 비자 발급, 항공권 구매, 미국 내 거취 결정 등 여러 준비로 바빠지게 된다.

우리는 미주기구라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므로, 미국 비자 중 G4 비자를 발급 받게 된다. 여권, Letter of Acceptance 등 구비서류를 지참하고 광화문에 위치한 주한 미국 대사관에 가면 개별 창구에서 인터뷰나 비자발급비 없이 비자 신청을 할 수 있다. 항공권은 촉박한 시간 탓에 저렴한 항공권을 쉽게 구하기는 어려우니, 최종 선발이 되기 이전에 대략적인 금액만 미리 살펴보기를 권한다. 인천에서 워싱턴DC로 가는 직항편도 있으나 경유편이 더 저렴하고 선택지가 많다. 개인적인 팁으로는 만일 경유를 하게 된다면 워싱턴DC 근교 국제공항인 덜레스 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보다 시내에 가깝고 주로 국내선이 취항하는 레이건 공항(Reagan National Airport)에 도착하는 비행 편을 추천하고 싶다.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머무르게 되는 것이므로 주거지는 가능한 한 DC에 도착해서 직접 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 같이 인턴으로 선발된 신진영 인턴이 나보다 먼저 DC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며칠 간 함께 머무를 수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호텔이나 호스텔에 대략 1주일 간 머무르면서 집을 구하기를 권한다. 집 구하는 것은 대부분 지인을 통하거나 craigslist 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다.

DC 내에서 인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Foggy Bottom, DuPont Circle, Columbia Heights, Georgetown 이며, 이 외에도 Friendship Heights, Adams Morgan, Takoma, Chinatown 등의 지역이 있다. DC의 비싼 렌트비가 걱정된다면 DC 근교의 버지니아 주에 방을 구하는 것도 좋다. 특히 Rosslyn을 비롯한 Arlington 지역이나 Crystal City, Pentagon 쪽은 DC와도 거리가 가까운 반면 렌트비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DC의 지하철 시스템은 서울만큼 정확하지 않고, 거리비례 요금제로 교통비가 비싸며, 특히 주말에는 열차 이용이 불편하기에 지나치게 먼 곳에는 집을 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버스는 1.6달러로 거리에 상관없이 요금이 같지만 저녁 일찍 운행이 끝나거나 주말에는 아예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집 계약을 하기 전에 구글맵 등을 통해 출퇴근 시간, 평일과 주말 교통편에 대해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2-3. 인턴십 시작
인턴십 시작일자가 되면 모든 인턴들은 F street에 위치한 미주기구 GNB 건물로 모이게 된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임의로 배정된 그룹 별로 인턴들이 모여앉아 서로 인사를 하고 담소를 나눈다. 이 그룹은 공적인 그룹은 아니며, 인턴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후에는 배정된 과의 위치와 수퍼바이저(인턴십 기간 동안 각 인턴 에게 업무를 배정하고 도움을 주는 직속 상사)에 대한 정보를 받고, 각자 흩어져 자신이 일하게 될 분과로 향한다. 수퍼바이저를 만나 자리를 배정받고 다른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인사과에서 출입증을 받는 것으로 인턴십 첫날의 공식적 일정이 끝나게 된다.

3. 선거협력과 소개 및 인턴 업무

나는 최종적으로 OAS 사무국(General Secretariat)의 정치부(Secretariat for Political Affairs) 산하의 선거 협력 및 감시 분과(Department of Electoral Cooperation and Observation, 이하 선거협력과)에 속해 일하게 되었다. 선거 협력 및 감시 분과는 OAS 회원 국의 선거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 협력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으며, 직접 적인 선거감시단 파견뿐만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선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업무 도중에 자료 리서치를 하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외교부의 대 OAS 지원이 상당수 이 선거협력과의 프로젝트에 주어지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2004년부터 선거 감시단 파견에 지원해왔으며, 내가 근무하던 기간 중에도 파라과이 선거 감시단 활동, 카리브해 지역의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포럼 개최에 한국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듯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활동을 뒷받침해주는 한국 및 한국 정부에 대해 이곳의 사람들은 큰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지기도 했다.

선거협력과는 기술협력팀(Electoral Technical Cooperation Section), 선거감시팀(Electoral Observation Section), 선거연구팀(Electoral Studies and Projects Section) 등 세 개의 팀으로 나뉘어 있으며, 나는 선거감시단 활동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선거감시팀에서 나의 담당 수퍼바이저(직속상사)인 아나 마리아 디아스와 팀장인 알레한드로 우리사르의 도움을 받아 일하게 되었다.

3-1. 그레나다 선거감시 지원 업무
내가 인턴 업무를 시작한 2013년 1월은 선거협력과 전체가 2월에 예정된 그레나다와 에콰도르 선거 감시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였다. 나는 내 수퍼바이저이자 그레나다 선거감 시단의 총괄 코디네이터였던 아나 마리아를 도와 그레나다 선거 감시 준비를 돕게 되었다.

그레나다 선거 감시와 관련해 제일 처음 맡은 업무는 그레나다 선거 관련 정보 및 뉴스를 수집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중 하나인 그레나다는 일간신문이 하나도 발행되지 않을 정도로 미디어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고 인터넷 인프라도 미흡했기에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료정리를 끝낸 후에는 그만큼 보람도 컸다. 이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그레나다 선거감시 일정이 종료될 때까지 그레나다 정세와 관련된 뉴스를 수집해서 정리한 후 팀원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내는 업무를 맡았다.

선거감시단 활동이 끝난 후에는 그레나다 선거감시단 최종보고서 작성을 돕게 되었다. 간단한 그래프 작성부터, 헌법과 선거법을 참고해서 그레나다 선거 제도를 정리하는 것까지 여러 방면으로 최종보고서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레나다 선거감시단 최종보고서는 추후 미주기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루 종일 한 곳에 앉아 투표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무실에서 두루뭉술하게 접하던 선거 감시 활동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때까지는 아직 알지 못했지만, 이 경험 은 후에 파라과이로 파견되었을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

3-2. 에콰도르 대선 재외국민 투표 감시 (2013.02, 워싱턴 DC)
2월 18일에 있었던 에콰도르 대선에서 OAS는 최초로 재외국민 투표에 감시단을 파견했다. 미국 워싱턴DC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선거감시가 이루어졌는데, 나는 DC에 있는 재외국민 투표소에서 감시단 활동에 옵저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오전 7시, DC 시내 Colombia Heights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투표가 시작되었다. 나는 6시 30분 경 투표소에 도착해서 담당 투표소의 선거요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투표소 개장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 날 옵저버가 작성해야 할 리포트는 총 4개로, 투표소 개장과 관련된 리포트 A, 투표 도중 대략 정오에 작성해야 할 리포트 B, 투표소 폐장에 관련된 리포트 C, 그리고 투표 종료 후 개표 과정 및 전반적 투표 과정에 대한 평가를 하는 리포트 D를 시간 순으로 제출하게 된다.

3-3. 파라과이 선거감시단 파견 (2013.04, 파라과이 알토 파라나 주)
인턴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은 바로 파라과이에 선거감시단으로 파견되어 일주일에 걸친 선거 감시 과정을 직접 겪어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파라과이는 루고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공석이 된 대통령직을 선출하는 선거였기 때문에 그 열기가 한층 뜨거웠다. 워싱턴 DC 레이건 공항에서 출발해서 마이애미를 거쳐 아순시온에 도착하여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거리는 선거 홍보물로 가득 차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여독을 풀고 나니 저녁에 파라과이 정부에서 국제 선거 감시단을 위해 마련한 공연을 즐기고 나서 함께 준비된 부페에서 다른 옵저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션 총책임자는 바로 노벨평화상 수상 자이기도 한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었고, 미주기구 소속 옵저버로 파견된 인원은 총 72명이었다. 미주지역 국가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옵저버들과 함께 일하며 조금이나마 파라과이의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이 날,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파견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진오 님과 외교부 중남미협력과의 차종은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둘째 날,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옵저버들을 위한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주된 내용은 파라과이에 대한 설명 및 파라과이 정치 상황 분석, 선거감시 진행 과정, 옵저버로서의 의무 및 주의사항 등이었다. 워크숍이 끝난 후 옵저버들은 배정된 지역과 지역 담당 코디네이터에 대한 정보를 받게 된다.

셋째 날, 옵저버들은 각자 담당 지역을 향해 떠났다. 옵저버들에게는 각기 한 명의 운전수와
한 대의 차가 주어지며, 다시 아순시온 본부로 돌아올 때까지 4일간 일정을 함께하게 된다. 내가 배정된 알토 파라나(Alto Parana) 주는 아순시온에서 차로 6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와의 접경지역인 알토 파라나 주의 주도는 파라과이 제 2의 도시이자 면세 도시로도 유명한 시우다드 델 에스테(Ciudad del Este)이며, 나는 시우다드 델 에스테의 근교인 밍가 과수(Minga Guazu)에 있는 투표소를 중점적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아순시온 에서 출발, 꼬박 6시간을 달려 알토 파라나에 도착해서 우리 팀의 지역 코디네이터 및 다른 옵저버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팀의 코디네이터였던 발테르 갈마리니는 우루과이 출신의 할아버지였는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미션에 참관했다고 한다. 같은 팀의 일원이었던 스위스 에서 온 베르나르 Bernhard Albrecht, 프랑스 출신의 산드린 Sandrine Espinoza, 베네수엘라 출신의 제시카 Jessica de Lesparda와도 인사를 나누고 다음 날의 일정을 정리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다.

넷째 날이자 선거 전날, 오전 일찍 우리 팀은 알토 파라나 주의 선거 관리 위원회를 방문 해서 투표용지, 투표 봉투, 선거인 명부 등 선거에 필수불가결한 선거 용품을 각 투표소에 배부하는 모습을 참관할 수 있었다. 그 후 담당 지역에 있는 투표소에 직접 방문해서 본부와 전화 연결이 원활한지, 가는 길이 불편하진 않은지 확인하는 절차를 끝냈다.

선거 당일, 투표소가 열리기 30분 전에 미리 도착해 담당 투표소 관리자 및 정당에서 파견된 옵저버들과 인사를 나눈 후 담당 투표소에 자리를 잡았다. 에콰도르 재외국민 투표 에서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담당 투표소에서는 리포트 A, B, C, D를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투표장이 하나였고 투표소 수도 적었던 에콰도르 재외국민 투표와 달리, 파라과이에서는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게 될 하나의 투표소 이외에 추가적으로 대략 10개의 다른 투표소를 방문해서 리포트 E를 작성해야 했다.

내 담당 투표소를 포함한 많은 투표소가 필요한 용품을 미처 다 배부 받지 못해 투표소 오픈이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그 이후에는 큰 문제없이 투표가 진행되었다. 투표소 오픈이 대략 마무리되자 나는 나와함께 밍가 과수 지역의 투표소 참관을 맡았던 같은 팀원 제시카와 밍가 과수의 다른 투표소를 방문해서 리포트 E를 작성했고, 이후 다시 담당 투표 소로 돌아와 시간 순서대로 리포트를 작성했다. 투표함을 개표소로 옮겨서 개표하는 우리 나라와 달리 파라과이는 에콰도르와 마찬가지로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열어 서 각 투표소 관리자가 개표까지 수행한다. 이 선거는 대통령, 부통령뿐 만 아니라 상원의 원, 하원의원, 그리고 메르코수르 의원까지 선출하는 총선이었기 때문에 개표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대략 3시간의 개표 과정이 끝난 후 모든 선거 관련 물품을 제출하는 것까지 확인한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여섯째 날, 옵저버들은 담당 지역을 떠나 본부가 있는 아순시온으로 집결한 후 브리핑을 가졌다. 이 브리핑에서는 코디네이터 및 옵저버들이 선거 과정에 대해 간략한 발표를 하거나 의견을 교환했고, 곧 이은 옵저버 증명서 수여식이 있은 후에 간단하게 파티를 가짐으로써 공식 일정이 끝나게 된다. 하루를 더 머무른 후 마지막 날, 아순시온을 떠나 브라질 상파울루와 마이애미 공항을 거쳐 워싱턴 DC로 돌아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대로 나는 워싱턴DC의 사무실에 앉아 관련 업무를 처리했던 것보다 이번 파라과이 선거감시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선거를 감시하는지도 알게 되었으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좋은 계기였다.

3-4. 선거 관련 이슈 뉴스레터 발행

OAS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했던 일 중 하나는 매일 아침 각 회원국의 선거 관련 기사를 검색해서 중요한 뉴스를 선별하고, OAS 홈페이지의 뉴스클립에 올라온 기사들 중 선거 관련 뉴스를 골라 모아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일이었다. OAS의 뉴스클립처럼 홈페이지에 게재하거나 일반 구독자들에게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협력과 직원들에게만 메일로 전송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독자 수도 적고 규모도 작은 활동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미주기구 회원국에서 선거민주주의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개략적으로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초반에는 다른 인턴과 분량을 나누어 나는 회원국 중 영어권 국가 소식만 맡았지만 중반 부터 모든 회원국을 맡게 되어 부담스럽기도 했고, 처음에는 선거협력과에 있어서 어떤 소식이 중요한지 파악하지 못해 많이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차차 선거협력과에서 언론 및 홍보 담당을 맡고 있는 브렌다의 도움 덕에 점차 뉴스 선별 기준을 확립하게 되어 별다른 첨삭 없이 그대로 내가 고른 뉴스가 뉴스레터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내가 브렌다에게 보낸 뉴스레터 초안과 브렌다가 최종으로 발행한 뉴스레터 간의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매일 여러 신문기사를 찾아보면서 영어 및 스페인어 텍스트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3-5. 한국 관련 제안서 작성

선거협력과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펀딩이다. 선거감시단을 파견하거나 선거 관련 포럼을 개최하는 데 드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선거협력과는 회원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나 국제기구, 대학교 등에 기부 요청을 보낸다. 그러나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자 선거협력과에서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나는 선거연구팀 팀장인 사라 미아 노게라의 요청을 받아 한국 정부나 관련기관에 펀딩을 요청할 때 필요한 백그라운드 정보를 작성했다. 외교부, 한국 ODA, 수출 입은행 EDCF, KOICA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ODA 현황을 정리하고 한국 유관기관이 어떤 이슈, 어떤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조사해서 제출했다.

이런 업무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먼저 한국이 주요 투자국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한국 정부에서는 선거협력과의 선거감시 프로젝트에 많은 지원을 해왔기 때문에 선거협력과는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 나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파견된 인턴으로서 한국과 관련된 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즐거웠고, 미력하나마 미주기구와 한국 정부 간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업무였다.

3-6. 기타 자료조사, 번역 등

이 외에도 각 회원국의 선거 관리 기구를 조사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거나 홈페이지에 업로드할 파일을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는 등, 자료 조사나 번역 업무도 맡았다.

선거협력과는 업무상 우리나라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각국의 선거 관리 기구와 연락해야 하는 일이 많기에 각 선거 관리 기구에 대한 정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먼저 미주기구 회원국의 선거 관리 기구를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했는데, 이 파일에는 선거관리기구의 명칭, 기구장의 이름, 그리고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비롯한 각종 연락처를 기재해야 했다. 국가규모가 크거나 인터넷 기반 정보 서비스가 잘 갖추어진 나라의 경우는 정보를 찾기 용이했지만 홈페이지에 기재되어있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홈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정보수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인터넷 정보가 확실하지 않거나 업데이트된 날짜가 오래되었을 경우에는 직접 기구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절차도 거쳐야 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업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업무였다. 그렇지만 이 데이터베이스가 우리 부서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다.

번역 업무는 인턴들의 기본적인 업무로, 미주기구에서는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4개 언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기에 번역 업무의 빈도가 잦은 편이다. 그 중 에서도 스페인어와 영어가 가장 많이 쓰이고, 각종 세미나나 발표 등도 대부분 이 두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여 발표하기 때문에 스페인어-영어 간 번역이 많은 편이다. 예전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을 했을 때 영어-스페인어 번역 및 스페인어-영어 번역 수업을 수강했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실제로 번역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부담도 많이 되었고, 두 언어 모두 나의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언어 능력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스페인어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다른 인턴 친구들이나 팀원들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업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4. 인턴 활동

4-1. MOAS (모의 미주기구 총회)
미주기구 인턴으로서의 공식 활동 중 가장 중요하고 큰 행사는 바로 이 모의 총회였다. 비록 모의 총회이기는 하지만 미주기구의 총회가 어떤 식으로 의견을 모아 회원국 발전에 이바지하는지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먼저 인턴들 간에서 지원자를 받아 중요 임원들을 선출한다. 그 외의 다른 인턴들은 미주 기구 각 회원국의 대표가 되는데,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랜덤으로 배정되며, 하나의 큰 테마를 두고 두 개의 위원회로 나뉘어 활동을 하게 된다.

제 15회 모의 미주기구 총회의 테마는 미주 내 이민이었고, 나는 멕시코 대표로서 이민 청소년 교육 위원회에 속하게 되었다. 매주 있는 인턴 미팅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대표하는 국가가 해당 테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본인이 직접 조사해서 알아보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 활동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OAS 멕시코 대사관에 방문해서 파올라 리베로스라는 외교관과 만나 직접 멕시코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기도 했다.

몇 번의 사전 모임을 거친 후 4월 4, 5일에 제 15회 미주기구 모의 총회가 열렸고, 이틀 에 걸친 회의 끝에 결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결의안은 미주기구 홈페이지 (http://www.oas.org/en/asg/moas/interns/15th_MOAS.PC/default.asp) 에 방문하면 볼 수 있다.

이 인턴 미팅은 의무는 아니지만, 80%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수료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인턴이 참석한다. 또한 이러한 활동 자체도 새롭고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다른 부서 인턴들과 만나서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5. 인턴 종료 후 소감

미주기구에서 일했던 6개월간의 경험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먼저 추상적으로만 상상했던 중남미의 현실이 어떤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며 동시에 중남미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려보고 그것이 더 희망찬 미래가 되도록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인턴 미팅은 인턴십 기간 내내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활동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인턴들이 모여 세계은행, IDB 등 다른 국제기구를 방문하거나 테러리즘 등 흥미로운 분야에 대한 발표를 들을 수도 있다.

다른 국제기구를 방문하는 활동은 워싱턴DC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며, 미주기구 인턴십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주기구에서 인턴십을 하며 경력을 쌓는 동시에 워싱턴DC에 있는 다른 기구와 접촉하고 인맥을 쌓으면서 최종적으로 직업을 얻는 것이 대부분 인턴들의 목표이기에 이 활동은 인턴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세계은행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미주기구 인턴 출신으로 세계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인턴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 같다. 만약 미국 국제기구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미주기구 인턴십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있었던 시간이었다. 온갖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명문대학이 모여 있는 미국의 수도, 세계의 정치적 심장인 워싱턴DC에서 각종 강연과 세미나,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인턴십의 결실 중 하나이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전진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인턴십 기간을 함께 보내며 다른 인턴들과 맺은 인연도 더없이 소중하다. 인턴 친구들을 통해 책에서만 보았던 중남미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만날 때마다 볼을 맞대고 인사하는 친근함, 재채기를 할 때마다 '살룻Salud!'이라고 외치며 건강을 빌어주는 따뜻함을 항상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수기를 쓰고 있는 현재는 인턴십 종료 후 중남미를 여행하고 있는데, 어느 나라를 가든 내 친구들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렇게 다른 인턴들과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한 덕에 스페인어 실력도 현저히 늘었다. 처음에는 면접을 어떻게 붙었는지 부끄러울 정도로 회화에 약했는데,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친구들과 항상 어울리며 지내다 보니 이제는 스페인어가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올 정도가 되었고, 인턴십 후반에는 초반과 비교해서 스페인어가 정말 많이 늘었다는 소리를 다섯 번 이상은 들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거주지가 미국이고 대부분의 외부 강연, 세미나가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영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 나의 경우는 미국인 하우스 메이트들과 함께 생활 했기 때문에 영어를 접할 시간이 특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영어 실력 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은 다른 기구 인턴십과 비교해서 미주기구가 가지는 최고의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과는 지구 반대편의, 180도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나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기회를 부여해준 외교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중남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수기를 읽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 기회를 향유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수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