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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과의 대화
경제 : 노성민 (99학번)
- 구글 코리아
- 전문분야 : 중남미 지역 시장 분석 및 마케팅 전략 수립
안녕하세요, 서어서문학과 99학번 노성민 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무선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근 부서 이동 전까지 약 7년여 동안 중남미 해외 영업 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주로 담당했던 업무는 브라질,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주요 시장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각각의 시장에 적합한 제품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이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일한다는 것은 시차나 출장 시 이동 거리 등 물리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중남미 시장의 특수성과 신흥 시장이 가지는 잠재력은 저에게 다양한 업무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습니다. 입사 2년도 채 안되던 시기에 사원 직급으로 중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 시장을 본사에서는 혼자 맡게 된 것을 비롯, 다른 동기들에 비해 비교적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막중한 책임과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너무도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제 스스로 가장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내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발로 뛰어 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일했던 것이,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 및 중남미 시장의 성장 등과 맞물리면서 결국에는 좋은 성과로 나타났고, 후에 회사 지원 해외 MBA 연수 등 더 많은 기회들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남미 시장과 밀접한 업무를 하던 저에게 서어서문학과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학과 수업과 연수,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부했던 중남미의 역사와 문학, 문화, 사회 등에 대한 내용은 담당 시장을 더욱 깊게 이해하는 데에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 주었습니다. 중남미는 스페인 중심의 유럽의 문화와 중남미 원주민인 인디오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서로 다른 대륙을 아우르는 언어와 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학부 전공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서어서문학과의 많은 선후배님들이 우리 나라의 기업체나 공공 기관 등 다양한 조직에서 중남미라는 특수한 지역 관련 업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계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해외영업”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즈니스 미팅에서 악수하는 모습, 공항에서 바쁘게 통화하면서 해외 출장을 오가는 모습, 국제 전시회에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 물론, 저도 처음엔 이런 막연한 생각에 해외 영업 업무를 선택했지만, 이러한 모습은 해외 영업의 정말 극히 일부분에 불과 합니다. 제가 실제 업무를 하면서 느낀 해외 영업의 중요한 본질은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때로는 두세 줄의 이메일이 한 시간의 미팅보다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말과 글로 전달하는 것. 말로는 쉽지만, 실제 회사 업무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문학, 그 중에서도 어문학을 공부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체득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그와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았던 해외 영업 업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복잡한 언어 속의 조화를 통해 사람들 간의 소통을 보여주는 어문학의 속성이, 복잡한 시장에서 기업과 기업 간의, 혹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소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세계와 닮은 면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부 시절 경영학 복수전공 및 MBA 과정을 통해 공부한 경영학의 다양한 이론과 지식들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대학 생활 중 커리어에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어문학을 공부하면서 배우게 된 종합적인 소통 능력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는 서어서문학과 전공을 통해 업무 관련 직간접적인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서어서문학과의 진정한 매력은 교수님들 이하 동문들의 인간적인 유대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더라도 항상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교수님들과 여러 선후배님들이야 말로 사회 생활을 하는 데에 큰 힘이 됩니다. 점점 대학이 직업 훈련소가 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대학 시절의 낭만과 인간다움을 간직한 채 졸업할 수 있었던 것도 서어서문학과에서의 다양한 추억들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후배님들께서도 소중한 대학 생활의 시간을 동기 및 선후배들과의 즐거운 추억으로 채우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