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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과의 대화
언론: 백수진(04학번)
- SBS 예능본부 제작PD
- 전문분야 : 예능프로그램 연출
선배님과 현재 직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해당 직업을 선택하게 되신 계기 혹은 이유
지금의 자리에 계시기까지 거치신 과정에서의 일화
꿈과 희망을 갖고 대학교 생활을 만끽하고 계실 후배 여러분을 이렇게 글로나마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워요. 현재 저는 SBS 예능본부 제작PD로 올해까지 7년차의 방송생활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 있었고 2016년 지금은 에 열정을 불태우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짧게나마 전해드릴 이야기들이 후배님들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방송PD, 혹은 그 외 자신이 진심으로 꿈꾸는 직종을 준비하는 후배님들께 작은 용기라도 드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적어봅니다.
사실 제가 방송PD를 꿈꾸게 된 시기는 조금 이르지만 중학교 무렵 제가 한창 공부와 운동선수 생활을 병행하면서 지금만큼(?) 빠듯한 하루하루를 보낼 때였는데요. 하루일과중 ‘유일한 휴식’이 TV를 볼 때였기에 그때 방송프로그램들에 가졌던 애정은 유난했던 것 같아요. ‘이 TV라는 것 속에 희로애락이 담긴 영상들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이 환상적인 직업군은 대체 뭘까?’라는 호기심이 커졌던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단순했던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호기심이 관심이 되고 관심이 이내 ‘그럼 내가 이걸 만드는 사람이 되 보지 뭐’라며 패기 넘치는 결심을 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한 말에 책임을 가져보려는 속셈으로 언제나 제 주변의 모든 지인들이 알 정도로 ‘PD가 되겠다’는 제 꿈을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고 그건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흔히들 얘기하듯 ‘당락은 운칠(7)기삼(3)’이라는 막연한 방송국입사준비가 입학과 동시에 자연스레 이어졌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어찌될지 모를 꿈이더라도 자신 있게 주변에 이야기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준비할 때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큰 차이를 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우물이라도 제대로 파보자’라는 심정으로 시작한 다수의 영상분야 공모전 참여와 ‘다양한 사람들을 알아야 방송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각양각색의 사회경험들이 제 대학생활의 절반을 차지했었어요. 그 과정들이 결과적으로 입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건 아니겠지만 꿈으로 달려가던 막연함을 확신으로 바꿔주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줬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PD가 되고부터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해외촬영을 가야 하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맡았던 것 같은데요. 7년간 10여 개국의 해외촬영을 진행하면서 맡은 방송들이 제 성향과도 맞게(?) 상당히 액티브한 장르였기에 그간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네요. (<정글의 법칙>과 같은 경우 촬영지 자체가 상상이상의 공간이기에 여러분이 예상하는 상황들도 상상 그이상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아요^^)
우선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예상했던 답변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체력’과 ‘정신력’ ‘책임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획부터 촬영 편집과정을 거쳐 방송에 나가기까지 짧게는 주단위로 진행되고 항상 고정된 데드라인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어야하기에 가까이서 보면 엄청난 노동 강도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면 70시간의 밤샘이후 체력이 모두 소진될 때쯤 정신력으로라도 버텨야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죠. 그리고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여명에 가까운 스텝 분들, 출연자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기에’ 책임감 있는 PD의 정확한 디렉션과 이성적인 판단, 감성적인 어울림이 없다면 방송은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며 지금도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어문학을 전공하셨던 것이 현재 직업에 주었던 긍정적 영향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유독 해외촬영이 많았던 프로들을 하면서 우연의 일치로 페루 볼리비아 벨리즈 코스타리카등 3분의 2정도가 중남미촬영이었던 것 같네요(회사에서 제 출신학과를 고려해서 배정한건 절대 아니었지만요) 간혹 현장에서는 개별 팀이 각각 흩어져 촬영을 진행하는데 현지코디나 통역이 모든 팀에 배정될 만큼 여유롭지는 않기에 긴급 상황이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짧게나마 익혔던 제 스페인어가 현장에서 빛을 발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겠죠? 그리고 스페인어 문학과 언어를 직접적으로 연계 활용하는 직종은 아니지만 대학시절 학과공부를 통해 쌓아온 인문학적 감성은 제가 일하는 현장에서나 제작하는 방송에도 어느 정도 녹아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 외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딱딱한 어투가 어색해 두서없이 써내려간 글이었지만 글을 쓸수록 혹시나 같은 길을 가게 될 후배 분들을 현장에서 만나게 되면 얼마나 반가울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이름마저 멋진 ‘청춘’의 이 시기를 답답한 울타리 안에서만 보내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 싶네요. 저는 지나간 20대가 아쉽지 않을 만큼 정말 많은 경험을 하며 보냈습니다. 좋은 학교 안에서 보내는 안정된 환경에 안주하면 할수록 꿈은 없어지고 시야는 좁아집니다. 그리고 이 시기들이 누적되면 “꿈이 없어”, “귀찮아서 안 해”, “실패나 상처가 두려워서 못해” 라는 말만 내뱉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될 거예요. 지금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을 보면 누구 부럽지 않은 안정된 직장을 다님에도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몸과 생활은 안정적인데 마음이 불안정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겠죠. 저는 지금도 밤샘은 물론 월요일에 출근해 일요일에 퇴근하고 고정적인 휴가는 이미 마음에서 반납한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로누적과 일에서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지금 매우 행복하다는 거죠. 7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단 하루도 제 선택에 있어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힘들 때면 제 자신에게 ‘간절하게 원하던 일을 하고 있잖아’라고 습관처럼 제 자신에게 한 번씩 말해보곤 하는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힘듦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보면서 ‘지금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를 깨닫고 다시 힘을 내봅니다.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닌 내 인생인 만큼 잘 생각해 방향을 잡아나가시길 바랍니다. 꿈이 있다면 이루고 싶은 만큼 간절해지면 되고 그 간절함만큼 노력하면 언제나 답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꿈이 없다 해도 좌절하지 말고 나가서 무엇이든 부딪혀보면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느끼게 되고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얻게 됩니다. 지금 후배님들의 시기를 겪고 돌이켜보니 열 번 넘어지고 백 번 실패하더라도 그 누가 뭐라 하지 않았더라고요.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자기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가두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벚꽃이 피는 시기든 낙엽이 지는 시기이든 한번쯤은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훗날 스스로도 인정할만한 진짜 나를 위한 행복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